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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도 아무렇게나 기른 봉두난발로 회색을 띠고 있었다. 초일이야 아무렇게나 대충 동여맨 머리카락이
라 왼쪽 눈만 살짝 보인다지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그래도 단정했다. 비록 싸구려 옷이었지만…….
그 거지는 관제묘 밖에서 햇빛 잘 드는 자리에 그냥 누워 있었다. 초여름의 따뜻한 날씨라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코를 후비거나 몸을 긁적이는 것은 오히려 그 거지가 굉장히 편하게
잠을 즐기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초일은 거지에게 다가갈 때 일부러 발소리에 기를 담아
크게 냈다. 강호의 사람이거나 개방의 인물이라면 무공을 배웠을 테니 알아서 감지하고 일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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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고 생각했다. 초일의 생각대로 그 거지는 초일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눈을 가늘게 뜨고 초일
을 바라보았다.초일은 다가갈수록 코끝을 자극하는 악취가 심해지자 대단하다는 눈으로 그 거
지를 바라보았다. 장항은 무표정한 초일의 얼굴을 보고 아니꼬운 눈을 하고 있었다. 편안한 잠
을 깨우고 또 자신의 악취와 지저분한 모습을 보고 찡그리지 않는 그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
았다.장항은 거지이다. 그것도 스스로 최고의 거지 중에 거지라는 뜻으로 최고인걸(最高人乞
)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별호를 만들어 붙인 인물로, 같은 개방의 인물이라도 그가 오면 코를
막고 옆으로 피하는 무서운 놈이었다. 장항은 그런 자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초일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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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뭐야? 왜 사람 자는 데 방해하고 그래.””개방의 사람을 찾는 중인
데…….””개방? 난 그런 거 몰라.”장항은 그가 개방의 사람을 찾는다고 하자 머리를 흔들며 돌
아누웠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개방 사람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
다. 장항은 초일이 평범해 보이지만, 자신에게 이렇게 가까이 오고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
는 모습에 경계를 했다.초일은 장항이 돌아눕자 준비해 온 술 호로병을 던졌다. 개방의 사람
들은 술을 좋아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오면서 준비한 것이다. 장항은 자신의 눈앞에 호로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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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자 재빨리 마개를 열어 냄새를 맡았다. 진한 분주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분주(汾
酒)로군.”새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 장항은 누운 자세로 홀짝거리며
마셨다. 분주는 서민들이 주로 마시는 술로 싸구려 술이지만 장항(場沆)은 이 술을 가장 좋
아했다.”초일이네.”초일이라는 이름을 듣자, 장항은 자리에서 몸을